같은 책, 다른 감상을 나눠요.

독서기록장

이기적 유전자영원히 질문하며 정신을 좇으며

김나영
2021-09-28
조회수 66

<이기적 유전자를 읽는 동안 일어나는 3단 감정 변화>

충격 → 무력감 → 짜릿함 


별일 없이 살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유전자를 운반하는 기계라니. 어느 날은 놀라서 눈썹이 들렸고, 어느 날은 숨이 무겁게 내쉬어졌다. 『이기적 유전자』는 요 근래 나에게 일어난 일들 중 가장 스펙터클한 경험을 줬다.


"우리는 생존 기계다" 반복해서 읽다 보니 처음 받은 충격도 무뎌져갔다. 곧이어 무력감이 밀려왔다. 이뿐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 하늘을 보고 아름답고 느끼는 이 감정은 뭘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가 가진 의식은? 이것도 다 오직 유전자를 위한 것일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기적 유전자』는 후반전에 클라이맥스를 달린다. 인간의 반격이다. 우리의 목적에서 "의식"이란, 실행의 결정권을 갖는 생존 기계가 그들의 궁극적 주인인 유전자로부터 해방되는 진화의 정점이라고 한다.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문화적 진화 단위)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고 한다. 짜릿해지는 순간이다. 왜 이 얘기를 책의 마지막에 와서 하는 것이야. 도킨스는 스토리의 전개를 아주 잘 짜는 사람이 분명하다.


'이기적 유전자'에 대항할 수 있는 인간이라고 해서, 다른 종(種)과 달리 인간을 우월한 종으로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간이 가진 특성에 대해 설명할 뿐, 이 점을 인간의 우월함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인가?>

내 안에 '생존 기계인 나'와 '나의 유전자'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영원히 풀어야 할 숙제 같은 질문이 아닐까 싶다. 이 근원적인 물음에 제대로 답을 해 본 적 없는 것 같다. 정답도 누가 알 수 있을까 싶지만은 말이다. 철학적 허세를 부려 나를 포함하여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답을 내보기도 했고, 바쁘게 살다 보면 이런 질문은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기적 유전자』는 '나는 누구?'에 대해 과학적인 관점으로 보게 한다. 내 안에 '생존 기계인 나'도 있고, '나를 이루고 있는 유전자'도 있다. 여태 '나'를 이 둘이 마치 다른 집단인 것처럼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은 처음이다. 이것은 사실(fact)이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의식, 정신으로 대항할 수 있다. '생존 기계인 나'와 '나의 유전자 집단'와 '의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나라면, 이제 어떻게 살아야할지 명확해진다.


영원히 질문하며 정신을 좇으며.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었을까.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이기적 유전자』 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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