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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장

이기적 유전자혼자라면 끝내지 못했을 이기적유전자 완독 후기

이시****
2021-09-30
조회수 37

오랜 시간동안 '보관'만 했던 이기적 유전자를 드디어 완독했다!!!

‘전면개정판’이었던 내 책의 인쇄 시점을 살펴보니 나는 대략 2015년에서 2016년 사이 그 쯤 구매했던 것 같다.
무려 5-6만에 완독이라니;; 살짝 민망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기분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나와 함께했던 이 책의 초판은, 이보다도 훨씬 이전에 출간된 고전.

게다가 분야는 과학(생물)! 고등학교 시절, 과학 중에서도 "생물"을 벗어나기 위해 고민없이 문과를 선택했던 나였기에 이 책 도입부에서 정말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참 힘들었다. 그래서 더 이렇게 마지막 독후감을 쓰는 게 참 뿌듯하다 !



요모조모 다양한 시선으로 틈틈히 충격을 안겨준 이기적 유전자.

말도 안돼! 하면서도 어느새 저자의 논리에 설득당하기도 하고, 과학의 관점에 공감하기도 했다. 처음엔 인간을 무기력한 존재로 그리다가도 뒤로 가면, 다른 생명체와 인간이 다른 이유를 이야기하며 인류의 신비에 감탄하게 만들었다. 그럼 내게 강함 임팩트를 날린 부분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짚어보자.


우선 첫번째 기억에 남는 파트는 초반 자기복제자 파트다.

P101

아무것도 없다. DNA의 진정한 목적은 생존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여분의 DNA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은 그것을 기생자, 아니면 기껏해야 다른 DNA가 만든 생존기계에 편승하는, 해는 주지 않지만 쓸 데 없는 길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인류를 그저 자기 복제자, 생존기계로 소개한다. 정말 그 부분을 읽을 때는 온 우주에서 작은 티클만한 존재인 것 처럼 무기력한 존재로 느껴졌다. 수많은 DNA를 운반하는 운반책에 지나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다른 생물체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 이런 과학을 연구하고 알아냈다는 건가? 등등 참 별의별 생각으로 뻐쳐나가게 만든 파트였다.


그 다음은,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었다.

무교이긴 했지만 어느 정도 신이 존재할 거라고 믿긴 했다. 그렇다고 또 성경의 도입부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온전히 믿을 만큼은 아니지만. (애초에 이담과 이브는 어디에서 왔는데? 라는 의문 후엔, 결국 인간이 만든 스토리이니까 라고 생각을 끝맺음하곤 했다.) 그런데 이 파트에서는 저자는 진화론과 격돌하는 창조론에 대항하기라도 하는 듯, 종교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을 콕콕 찝어냈다. 내가 종교인이였다면, 무안해질 만큼. 그런데 그의 열띤 논쟁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아직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 새로운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과연 어디까지 과학이 증명할 수 있을까?


세번째 인상적인 내용은 번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P280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자식에 대한 투자는 부모 모두에게 막대하며 뚜렷히 어느 한쪽에게 더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확실히 어머니는 아이를 위해 아버지보다 더 직접적인 일을 한다. 그러나 아버지도 대게 아이에게 주는 물질적 자원을 얻기 위해 보다 간접적인 의미에서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난혼제인 사회도 있고 하렘제에 기초한 사회도 많다. 이 놀랄 만한 다양성은 인간의 생활양식이 유전자보다는 문화에 의해 주로 결정됨을 시사한다.


여러 개념이나 사회분위기를 떠나, 정말 오로지 여성과 남성을 생물학적으로 보고, 아이를 낳는 선택까지 온통 과학으로 해석했던 그의 시선이 참 새로웠다. 지금은 이 책이 출간된지 4-50년이 지났기도 했거니와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그처럼 생물학적 관점으로 성별의 역할을 강조한다거나 출산을 이야기한다면 납득하지 못할 부분이 많을 거다. 하지만 그저 숨이 붙어있는 생명체로서 바라보는 그 순간이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남녀 각각의 존재에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내 감탄을 불러 일으켰던 부분은 문화적인 돌연변이다.

인간을 정말 지구의 작은 티끌로만 표현했던 저자가 이 파트에선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이유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그냥 아래 문장을 첨부하며 내가 읽으며 느꼈던 감정을 대신한다.


P335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의식적인 선견지명, 즉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 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 줄 것이다. 적어도 우리에게 당장 눈앞의 이기적 이익보다 장기적인 이기적 이익을 따질 정도의 지적 능력은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줄곧 생각했던 건, 그럼 도대체 인류는 무슨 이유로 과학을 활용하는 혜택을 누리게 되었을까 였다. 그저 자기복제자,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면서 지구에서 인간은 유난히 바쁘게, 그리고 다양하게 살지 않나. 인간과 비슷한 원숭이나 침팬치 같은 계열의 동물들도 사람처럼 살아야 하지만 또 그렇지는 않다. (이 부분 덕분에 내 의문점을 아주 조금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 책 한권을 완독하고 나니 새삼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 이렇게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좋아하는 걸 억하는 존재라는 그 자체에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게 됐다.


+ 정말 이 글 제목처럼, 혼자라면 완독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ㅠ

모두 리더런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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