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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장

총, 균, 쇠당신이 역사를 좋아하는지 알고싶다면 총균쇠를 읽어라

이원****
2021-12-09
조회수 106

고등학생때 한 선생이 물었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역사학자요.”

“역사학자? 역사학자라고 말하는 애는 처음봤어.”

그 정도로 역사를 좋아했다.


철학을 발견하기 이전의 나는 사학과를 가려고 하였다. 지금도 난 영어선생이지만 영어보다는 차라리 역사를 가르치고 싶다.

이 ‘차라리’ 가 문제다.

나는 역사라는 분야에 어떠한 기여를 하고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역사가 재밌고 영어보다는 차라리 역사를 가르치고 싶은 것이다.

그저 내가 지금 있는 이 곳이 싫어 좀더 덜 고통스러운 곳으로 가고싶은 것이다.

이렇게 안일한 마음을 가지고 사니 난 절대로 역사 전문가가 될 수 없었다. 그저 역사 애호가일 뿐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역사 애호가다.

그렇게 믿고싶다.


총균쇠는 역사책이 아니다, 지리과학 책이다.

그렇게 믿고싶다.


다이아몬드로부터 영감을 받은 하라리는 사피엔스 첫 장에 역사란 ‘인류의 문화와 문명이 생겨난 이후의 이야기’ 라고 했다.

그 전의 이야기는 역사가 아닌 물리학, 화학, 생명학, 즉 과학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쓴 총균쇠는 인간의 이야기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벌어졌고 그저 팩트만 나열할 뿐이다.


나는 역사책을 읽을 때 어느 지방의 민족이 어떤 종류의 곡식을 가축화 시켜 어떠한 시스템에 살아갔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먹을 곡식이 없어도 코끼리를 타 한 나라의 뒤통수를 치고, 전쟁통에서 도망쳐온 땅에 맨주먹으로 나라와 문명을 일으키는 스토리를 궁금해한다.

이런 걸 봐서 난 역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스토리가 가미된 신화를 더 좋아하는게 아닐까.


인간의 역사에는 항상 스토리가 가미되어있고

다이아몬드는 총균쇠에 그 어떤 스토리도 넣지않았다.


총균쇠는 역사책이 맞다.

역사너드들을 위한 너무나도 잔인하도록 재미없는 역사책이다.

다이아몬드가 이 책으로 역사에 기여하여 노벨상을 받으면 받았지 절대로 문학적으로 뛰어나 퓰리처상을 받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문학에 대한 치욕이다.


아무튼,

이제 어디가서 역사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지 못할 것 같다.


다이아몬드,

너 다음에 한판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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