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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장

총, 균, 쇠그때로 돌아간다면?

홍길****
202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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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는 여러가지로 정의된다.환경결정론은 자연 환경에 의해 인간의 생활 양식이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환경가능론은 반대로 인간은 자연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인간의 생활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라는 주장이다. 그 어떤 것이 맞다고 단언하기 힘들지만 두 가지 주장의 공통된 전제는 인간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총, 균, 쇠>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환경결정론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는 세계 각 지역 문명의 차이와 발전 속도의 차이는 우연히 그 지역에 서식하고 있던 야생 동식물과 지형 등의 환경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각 대륙의 여러 문명을 예로 들었고, 그 문명들의 흥망성쇠를 고고학, 언어학, 유전학 등을 동원해 논증하였다. 즉, 인간 문명의 발달은 B.C 1만년 전에 특정 지역 사람들이 누렸던 적당한 행운의 산물이고, 그 결과가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마블의 영화 “어벤저스”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자신이 지키는 보물인 아가멤논의 눈(타임스톤)을 이용해 시간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킨다. 만약 타임 스톤을 이용해 시간을 인간이 농경을 시작하던 그 때로 되돌린다면, 그래서 인간의 문명사를 재현할 수 있다면, 1만년이 지난 지금의 인류 문명은 지금과 동일할까? 서구 문명은 아메리카 원주민을 그때처럼 무참하게 침략해서 정복할 수 있을까? 인간의 역사가 다시 시작된다면 미국은 지금의 지위를 다시 한번 차지할 수 있을까? 중국 문명이나 이집트 문명이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잉카 문명이 세계를 정복해 영어대신 잉카어를 배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논리를 따라가면, 시간을 그 때로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세계의 역사는 크게 바뀌지 않았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그 곳에 그 식물은 여전히 자생하고 있었을 것이고, 인간이 가축화했던 그 동물은 그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농경이 시작되고, 그 지역에 인간은 정착했을 것이고, 비슷한 형태의 문명이 발달했을 것이다.


나는 조심스레 반론을 제기하고 싶다. 인간은 자연 환경에만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구상에 등장하면서부터 크고 작은 다툼과 전쟁은 항상 있었고,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압도적인 힘의 차이보다 인간의 판단과 우연의 산물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리스 문명과 아랍 문명이 충돌했던 페르시아 전쟁에서 페르시아 해군이 폭풍을 만나지 않아 대규모 선단이 계속 건재했으면, 그리스 문명은 멸망했을지도 모른다. 서양 문명의 시초가 된 그리스 문명이 그 때 사라졌다면, 아랍 문명이 역사를 지배하지 않았을까?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이런 발칙한 상상을 한 이유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자연 환경 따위에 지배될리 없다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극복할 수 있음을, 인간의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 온 것임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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