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 다른 감상을 나눠요.

독서기록장

총, 균, 쇠세상 정복의 키 총,균,쇠

김민****
2021-12-12
조회수 30

 우리는 사람이 수레를 끌며 손님들을 태우고 다닐 때 서양은 비행기가 날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문자와 인쇄술이 먼저 발달한 건 중국인데 현대에 달로 우주선을 날리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사회 등 미래를 우리에게 선사하는 건 왜 서양일까. 

 동서양의 역사를 알면 알수록 그 격차가 가슴 한쪽을 답답하게 짓눌렀었다. 총균쇠는 그런 나의 답답증을 해소해주는 책이었다. 성경에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보면 길가에 떨어진 씨는 새가 쪼아 먹고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는 싹은 틔우지만 더 자라지 못하며 기름진 땅에 떨어진 씨만이 제대로 자란다. 인류의 발전도 똑같다. 농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만큼 좋은 땅에 자리잡은 민족이 농업혁명을 통해 잉여생산물을 만들어내고 주변과 교류하며 경쟁과 협력을 통해 발전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정 민족의 우월성이 아니라 특정 환경의 우월성에 의해 그 곳에 운좋게 자리잡은 민족이 세상의 패권을 쥔 것이란 환경결정론적 관점의 전환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이 책을 읽지 않아서 몰랐을 뿐 내가 접한 많은 이론들과 주장들이 이 총균쇠적 관점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한 개인인 나의 인생에도 접목해 생각해보면 지금껏 순수히 나 혼자만의 독자성과 자립성으로 나의 삶을 끌고 나간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거의 대부분 그 당시의 시대상과 내가 가진 자원 사이에서 적절히 타협안을 찾아내 그 방향으로 나아갔을 뿐이다. 운명론을 믿지는 않지만 이런 환경의 거대한 너울 속에서 내가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건 아닐지 책을 읽으며 많은 회의도 들었지만 미미하나마 인간이 자유의지 또한 그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 작은 위안을 얻었다. 

 그리고 이런 환경론적 관점 덕에 인종차별의 부당함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우린 선진국인 서양을 좇으며 후진국을 얕잡아본다. 예전에 동남아에 여행을 갔을 때 성실하고 부지런한 그곳 사람들을 보며 그간 게을러 못 사는 걸 거라는 막연한 편견을 가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처한 환경과 시스템이 다를 뿐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결국 너나 나나 똑같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타인을 평가하여 우러러보거나 낮잡아 볼 자격 같은 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긴다. 

 마지막으로 부록인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에서 보여준 작가의 의견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잔혹했던 과거의 참상에서 한 발자국도 제대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우리나 자신들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것에 혈안이 된 일본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볼 수 있는 제 3자의 시점에 나는 우리와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한 핏줄이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 것도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하는 것도 그렇게 과거를 바로잡고 같이 현재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 좀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앞으로 조금이나마 전인류적인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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