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 다른 감상을 나눠요.

독서기록장

사피엔스문명의 발달이 꼭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걸까

김나영
2021-07-29
조회수 163

01. 이 분이 그 유명한 유발 하라리구나


 이 분이 그 유명한 유발 하라리구나. 유발 하라리를 처음 만난 건 2019년, 책 『초예측』에서다. 『초예측』에는 유발 하라리 외 재레드 다이아몬드 등 여러 석학들의 짧은 인터뷰가 담겨있다. 때문에 그를 알기에는 부족했고, 궁금증만 더 커졌다. 그래서 다음으로 집어 든 책은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이었고 실수였다. 하라리의 박사학위 논문을 실은 책이라고 한다. 당연 지루했다. 이후 한동안 하라리의 책과는 멀어졌다. "유발 하라리는 위대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하라리 책을 읽은 사람들의 허세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라리 책에 호기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킨 계기는 『총, 균, 쇠』 때문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고 관련 평론들을 찾아보는데 『사피엔스』와 함께 언급되는 글들이 많았다. 『총, 균, 쇠』와 『사피엔스』를 비교해 보고 싶었다. 두 책을 비교할만한 개인적 분석 능력이 부족할 수 있지만, 내 나름의 개괄적인 감상은 이러하다.


02. 총, 균, 쇠 vs 사피엔스


『총, 균, 쇠』는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을 연구하는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한다. 연구를 근거 삼아 다이아몬드는 새로운 역사학적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의 문명이 각각 다른 속도로 발전해 온 것은 어느 특정 인종이 우월해서가 아니다. 이것은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과거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뒤엎는 해석이다. 차별을 넘어 인종을 구분 없이 동등하게 바라보니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까지 함께 발전해 온 인류가 자랑스럽다.


『사피엔스』는 한술 더 뜬다. 유발 하라리는 『총, 균, 쇠』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사피엔스』에는 다이아몬드의 역사 해석 관점에 대한 동의가 깔려 있다. 차이가 있다면 메시지의 차이일 것이다.  『총, 균, 쇠』는 "환경"이 우리 인류의 문명에 끼친 영향이 주라면, 『사피엔스』 더 나아가 그 문명의 발전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주목한다. 즉, 『총, 균, 쇠』는 "환경"이 "문명"에게, 『사피엔스』는 "문명"이 "인류"에게 끼치는 영향을 추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03. 문명의 발달이 꼭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걸까


『사피엔스』는 문명의 이면을 보여준다. 문명의 발달이 꼭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걸까. 평소 이런 의문을 가져본 적 없다. 발전은 우리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한다고 철석같이 믿었다. 역시 "무조건"따위의 생각은 위험하다. 하라리는 특히 농업혁명을 기점으로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노동으로 보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일련의 개선이 합쳐져서 농부들의 어깨에 더 무거운 짐을 얹혔다. 각각의 개선은 삶을 좀 더 나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말이다.(인용: 사피엔스 133쪽) 하루의 1/3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는 나의 구부정한 모습이 오버랩된다. 눈은 점점 침침해져 간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내게 거북목을 가져다주었다. 노동의 시작은 인간에게 비극이 맞네. 흑.


농업혁명과 마찬가지로, 현대 경제의 성장은 거대한 사기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인류와 세계 경제는 성장을 거듭했을지라도 기아와 궁핍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은 더욱 많아졌는지도 모른다.

<사피엔스 471쪽>


역사가 인류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증거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그런 이익을 측정할 객관적 척도가 없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343쪽>


상상에 상상에 상상을 더해서♬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인간의 상상력이 지닌 놀라운 능력에 대해서다. 인간은 실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법과 종교, 정치 등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야기"가 사회를 만들고 우리를 제도 안에 살게 했다. 책에서는 이를 "가상의 실재"와 "상상의 질서" 등의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가상의 실재’와 연결하여 최근 이슈인 암호화폐가 생각났다. 나의 관심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과거 지폐의 등장이 그러했던 것처럼, 암호화폐도 기업과 국가 등 권력을 등에 업고 "신뢰"를 쌓아간다면 미래에는 가치 있는 화폐로 자리 잡지 않을까. 암호화폐의 등장, 전자화폐 등 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발달 속 변곡점에 놓여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다음 혁명은 화폐 혁명이 아닐까. # 행복회로 # 가즈아


거짓말과 달리 가상의 실재는 모든 사람이 믿는 것을 말한다. 이런 공통의 믿음이 지속되는 한, 가상의 실재는 현실세계에서 힘을 발휘한다.

<사피엔스 59쪽>


04.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사피엔스』는 문명의 발달을 인지 혁명, 농업 혁명, 과학 혁명으로 나누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하라리의 통찰력에 감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은 아니다. 또,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아니다. 『사피엔스』를 읽고 나서야 하라리가 좋아졌다. 앞서 언급했지만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부터 읽는다면 당신도 하라리를 멀리할지도 모른다. 『사피엔스』부터 꼭 읽으시기를. 아, 그리고 『사피엔스』를 읽기 전, 하라리가 동성애자이며 채식주의자임을 알고 읽으면 책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 된다.


"가축이 된 닭이나 소는 아마도 진화적 성공의 사례이겠지만, 역사상 가장 비참한 동물인 것도 사실이다."

<사피엔스 143쪽>


하라리는 한 인터뷰(MBC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과거에서 배우기 위함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 역사를 공부하고, 그 발전 과정 안에서 다양한 생각, 신화, 종교, 이념의 기원을 이해하게 되면 이것은 자연법칙이 아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할 필요도 없고 과거의 흔적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우리는 변화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생물 현상과 마찬가지로 역사도 우연이 결정적인 차이를 초래한다고 생각한다.(변형 『총, 균, 쇠』 中 '역사와 마찬가지로 생물 현상에서도 우연이 결정적인 차이를 초래한다.') 내가 역사서를 읽으며 자유로움을 느끼는 이유도 '지금은 우연이 만든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이다. 이 긴 리뷰의 요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어보시라가 되겠다. 『사피엔스』 리뷰지만 책을 두권 더 추가하여 추천해 본다.


역사는 우리의 종말에 대해 아직 결정 내리지 않았으며, 일련의 우연들은 우리를 어느 쪽으로도 굴러가게 만들 수 있다.

<사피엔스 529쪽>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