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책, 다른 감상을 나눠요.

독서기록장

총, 균, 쇠줌인(Zoom In)

김민****
2021-05-09
조회수 350

“줌인(zoom in)!”

2021년 1월, 리더런 멤버들과 <코스모스>로 새해를 시작했다. 완주의 뿌듯함을 안고 두번째 책 <총균쇠>와 함께 했던 봄. 

우연히 이어 읽은 두 책들은, 멀고도 드넓은 우주에서 나를 지구로 데려와 지난 1만 3천년간의 긴 역사 속 변화들을 둘러보게 하였다. 지구의 여러 곳을 천천히 줌인하여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부와 힘은 왜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분포하게 되었을까?” - p17

“인류의 발전은 어째서 각 대륙에서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을까?” - p18


각 챕터마다 질문으로 시작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친절한 서술방식은 해답에 대한 궁금증을 품으며 책을 계속 읽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는 책에서 서술하는 내용이 타민족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배하게 된 원인을 설명하는 것이며, 서술 목적을 혼동하지 말것을 강조한다.

“어떤 현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러한 결과를 반복하거나 영속시키기보다는 변화시키려는 용도로 사용될 때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학자들은 살인자나 강간범의 심리를 이해하려 하고, 사회 역사학자들은 대량 학살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이해하려 하고, 의사들은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한 연구자들은 결코 살인, 강간, 종족 학살, 질병 등을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원인을 이해함으로써 그같은 인과관계의 사슬을 끊고자 한다.” - p20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미국에서 체감하고 있는 인종차별의 벽은 상당히 높다. 저자는 ‘오랜 시간에 걸쳐, 넓은 지역에서’ 벌어진 지금과 같은 부와 힘의 분포가 이루어진 궁극적인 원인(ultimate causes)과 직접적인 요인(proximate agents)을 역사적 과학 관점으로 설명하였다. 인종주의 편견을 깨기 위한 그 어떠한 설명보다도 논거가 멋졌으며, 저자의 통찰력에 깊은 존경심이 우러난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백인 인종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리적•생물지리학적 우연(특히 두 대륙의 면적, 축의 방향, 야생 동식물 등)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p616


영어 원본과 한글 번역본 두 책을 비교해보면 몇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있다.

첫째, 목차의 제목들이 다르다.

예를 들어, 흥미롭게 읽었던 아몬드에 관한 이야기가 7장에 소개되었는데, 영문본 7장의 제목은 “How to make an almond”, 한글본 7장의 제목은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이다.


둘째, 내용 구성의 차이가 있다.

영문본에서는 없는 소제목들이 한글본에는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


셋째, 몇몇 그림에서 캡션의 설명의 생략된 경우도 있었다.


이것들이 번역자가 의도한 것인지 아니면 편집자의 의도였는지 궁금하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다음과 같은 직설적인 표현으로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였다.

“기자들은 저자에게 한 권의 긴 책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 그와 같은 문장을 만들자면 다음과 같다. '민족마다 역사가 다르게 진행된 것은 각 민족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 아니라 환경적 차이 때문이다.’” - p32

이렇게 책의 결론이 뻔한 듯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완독을 추천하는 이유는, 기존의 역사 연구와 달리 저자의 ‘과학적인 역사 서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과학을 ‘역사적 과학(historical science)’과 ‘비역사적 과학(nonhistorical science)’의 두 부류로 나누어 설명한다. ‘역사적 과학’은 천문학, 기후학, 생태학, 진화 생물학, 지질학, 고생물학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며, ‘비역사적 과학’은 물리학, 화학, 분자생물학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과학’을 실제 실험과 관찰이 가능한 ‘비역사적 과학’ 범주에 속하는 학문들로만 한정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우주를 이해하고 설명했던 것처럼, 조류 생태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인류 문명도 ‘역사적 과학’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음을 이 책에서 보여주었다. 그 설명의 여정을 따라가며 느끼는 재미를 함께 느껴보길 바라며 나 또한 이 책의 완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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